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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발작과 심장 질환으로 죽는 사람이 일본 내 다른 지역보다 40% 이상 적다.

늘씬하고 잘생겨 연예인인가 싶은 젊은이들이 많아졌다. 2004년 기술표준원이 2만1천명을 대상으로 ‘한국인 체형 실태’를 조사해 보니, 실제 20대 남성의 평균 키가 1979년 167.4cm에서 173.2cm로 늘었고, 20대 여성의 평균 키는 155.4cm에서 160cm로 커졌다. 남녀 모두 3% 가량 더 커진 것이다. ‘식사하셨습니까?’라는 인사말이 마음에 와 닿던 시절을 겪은 세대에게, 요즘 젊은이들의 신체는 신고의 세월을 겪으며 얻은 풍요의 산물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평균 신장이 증가하는 현상을 마냥 기뻐해야만 하는 것일까?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영양 상태 호전, 환경 위생 수준 개선, 영아 사망률 감소, 의학 기술 발달 등에 힘입어 평균 수명이 늘고 있다. 영양 상태가 좋아지고 수명이 길어지는 현상은 키와 몸무게가 증가하는 경향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키가 큰 사람이 더 건강하고, 심장병에 덜 걸리며, 수명이 더 길다는 연구 결과도 많이 나와 있어 체격이 커지는 현상은 긍정적인 변화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최근 이와 상반되는 보고가 늘어나고 있다. 한 예로 2003년 <라이프 사이언스>에 실린 조사 결과를 보면, 오히려 키가 작을수록 수명이 길고 심장 질환과 암에 걸릴 확률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00년부터 100여 년 동안 이루어진 ‘키와 수명의 관계’에 대한 조사를 인종·직업·나라 별로 나누어 분석한 결과, 키가 작은 사람이 키가 큰 사람보다 사망률이 낮았다. 성인의 키가 암 발생률과 관련이 있으며, 키가 큰 사람은 작은 사람보다 20~60% 정도 암 발생률이 높았다. 심장 질환도 키 큰 사람이 키 작은 사람보다 더 많이 걸렸다는 연구 사례가 있었다. 이런 결과는 쥐·개·원숭이를 이용한 동물 실험으로도 확인되었다.

일본 오키나와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도 흥미롭다. 건강한 100세 이상 노인이 많은 ‘장수 마을’ 오키나와 사람들은 일본인 중에서 키가 가장 작다. 그 덕일까. 심장 발작과 심장 질환으로 죽는 사람이 일본 내 다른 지역보다 40% 이상 적다. 심장발작을 일으켜도 미국인보다 2배 가량 더 오래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유전이 아닐까 의심해 보았지만, 그 곳의 젊은이들을 조사한 뒤 의심을 풀었다. 식생활과 생활 방식이 서양화해 체격이 커진 오키나와의 젊은이들 중에 심장 질환을 앓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식습관과 생활 방식 등 환경 요인에서 비롯된 신장 증가가 심장 질환 발생과 더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키가 작은 사람이 더 오래 사는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키가 작으면 중력을  적게 받고, 기생충 감염 위험도 줄어서 그만큼 신체가 받는 스트레스가 적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키가 커질수록 체중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므로, 에너지 사용이 늘어나 노화가 빨라진다는 엔트로피 이론도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영양 상태, 유전 요인, 인종, 사회·경제 수준, 유아기 질환 경력 등의 조건이 비슷하다면, 키가 작은 사람이 키 큰 사람에 비해 오래 살고 심장병이나 암에 걸릴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여겨진다. 모델처럼 큰 키를 마냥 부러워할 일이 아니다. 키 작은 사람에게는 적지 않게 위안이 될 법한 소식이다. 

사실 중요한 것은 키가 얼마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이다. 몇 해 전부터 불기 시작한 ‘몸짱’ 열풍이 잦아들 줄 모른다. 인터넷에 키 커지고 날씬해지는 비법이 뜨면 조회 수 1만은 순식간이고, 정체가 묘연한 건강 식품도 마다하지 않는다. 겉으로 드러난 몸매가 아니라, 몸과 마음을 어떻게 건강하게 추스르며 살아갈까를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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