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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C의 역할은 바로 억제된 유전자를 깨우는 단계에서부터 시작된다.

‘왜’를 알기 전과 알고 난 뒤 바라보는 세상은 다르다. 이유를 알면 비로소 무엇이 합리적인 선택일지가 보인다. 특히 사람의 생명이 달린 의학분야라면 현상의 원리를 밝히는 일은 더욱 각별해진다. 줄기세포 연구분야의 이상훈 교수(의대·의학)는 비타민 C가 도파민 신경물질의 분화를 도와 파킨슨병을 예방하는 원리를 밝혀냈다. 해당 논문 ‘비타민 C가 중뇌 도파민신경세포 발생·분화 기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Vitamin C Facilitates Dopamine Neuron Differentiation in Fetal Midbrain Through TET1-and JMJD3-Dependent Epigenetic Control Manner)’는 줄기세포 분야의 대표 학술지 ‘Stem Cells’ 4월호에 게재됐다. 원리를 찾는 일의 가치. 이번 연구로 5월 이달의 연구자 상을 수상한 이 교수를 만났다.

비타민 C, 유전자 발현의 실마리를 쥐다

이 교수의 도파민 신경세포 관련 연구는 파킨슨병 치료 및 예방과 직결돼 있다. 파킨슨병은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도파민 신경세포)가 손실되어 생기는 질환이다. 몸이 점점 떨리고 경직돼 가는 신경계 질환인 만큼 고통도 크지만 정확한 발병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난치병 가운데서도 치료가 더욱 어려운 병으로 손꼽힌다. 도파민 신경세포는 태아기 때, 그 중에서도 뇌가 발달하는 시기에 중뇌 조직 부분의 줄기세포에서 만들어진다. 이와 같이 줄기세포로부터 특정한 조직세포가 만들어지는 것을 ‘분화’라고 하는데, 태아 시기에 도파민 신경세포가 제대로 분화돼야 파킨슨병을 예방할 수 있다. 이교수는 2000년대 초에 이미 비타민C가 중뇌조직 줄기세포에서 도파민 세포로의 분화를 촉진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러나 어떻게 비타민 C가 해당 과정을 활성화하는지는 밝혀지지 못하고 있다가 세계 최초로 그 기전을 밝히게 된 것이 이번 연구다.
줄기세포가 특정한 조직세포로 분화되기 위해서는 줄기세포에 있는 특정 유전자로부터 단백질이 만들어 져야 한다. 이 과정을 유전자 발현(expression)이라 하는데, 이 교수가 몸담고 있는 후생유전학 분야는 우리 몸의 세포가 이런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방법을 다루고 있다. 후생유전학에 대해 이 교수는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였다. “유전인자들이 발현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이유는 특정 화합물이 유전자에 달라붙어 있기 때문이에요. 이런 유전자들은 침묵(silence) 유전자’라고 하는데요. 침묵 유전자에 붙어 활동을 방해하는 화합물을 떼내는 게 후생유전학에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방법입니다. 억제 물질로부터 자유로워져야 유전자가 단백질, 여기서는 도파민 세포로 자라날 수 있겠죠.”
TET와 JMJD-3 효소의 역할을 설명하고 있는 이 교수. 비타민 C가 두 효소를 촉진해야 도파민 신경세포가 만들어지는 데 필요한 유전자가 발현된다.
비타민 C의 역할은 바로 억제된 유전자를 깨우는 단계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교수의 이번 논문에서는 중뇌 줄기세포로부터 도파민 신경세포가 분화되는 과정에서 비타민 C가 후생유전학 관련 효소인 TET와 Jmjd3의 활성을 촉진하여, 중뇌 도파민 신경세포 발생, 즉 분화를 유도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화합물을 떼내는 역할은 TET-1, Jmjd 3라는 두 효소가 담당한다. 비타민 C는 두 효소의 작용을 촉진한다. 잠겨있는 유전자를 푸는 열쇠가 TET-1과 Jmjd 3 효소라면, 비타민 C는 열쇠가 중간에 끼지 않도록 해주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셈이다. TET-1은 유전자에 붙은 메칠 화합물질을 떼 주는 역할을, Jmjd 3은 유전자를 감싸고 있는 크롬오존이라는 물질을 해제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 과정에서 비타민 C가 두 효소의 작용을 촉진한다.

끈기 없이 할 수 없는 줄기세포 연구

이 교수의 이번 연구는 3년 가까운 시간을 거쳐 이루어졌다. 3년 동안 안정적인 연구 결과를 얻기 위한 시도를 거듭하는 일은 끈기 없이는 해내기 어려운 작업이었다. 줄기세포 연구는 보통 5년 정도 걸리는데 이번 연구는 상대적으로 일찍 끝난 편이라고 이 교수는 전했다. 그만큼 줄기세포 연구는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연구에서는 쥐에서 얻은 태아 뇌 조직을 사용했다. ”태아 상태 쥐의 중뇌조직에서 분리한 줄기세포를 배양해 비타민 C를 처리했습니다. 비타민 C가 충분히 포함된 태아 중뇌조직과 비타민C가 결여된 조직에서 도파민 신경세포 분화와 관련된 여러 현상들이 나타났는데요. 이 현상들을 반복적으로 조사하고 둘을 비교해 가는 실험을 통해 이번 결과를 얻었습니다.”
신경세포에서의 도파민 분포를 나타낸 그림. 비타민 C가 중뇌에 충분히 공급돼야 도파민 신경세포가 분화돼 파킨슨병을 예방할 수 있다(사진출처: 보건복지부, 국립보건연구원, 대한의학회)
이와 같은 쥐 실험을 통해 이 교수의 연구팀은 실제로 임신 기간 중 중뇌조직에 비타민 C가 부족하면 도파민 신경세포의 생성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비타민 C가 결여된 중뇌조직에서는 수적으로 적을 뿐만 아니라 외부 환경에 약한 도파민 신경세포가 생성된다. 취약한 도파민 신경세포는 파킨슨병에 쉽게 걸리는 원인이 된다. 이번에 밝혀낸 이 교수의 연구결과는 임신 기간 중 산모가 비타민C를 섭취하여 태아에 충분히 공급되어야, 도파민 신경세포가 제대로 생성되어 파킨슨병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연구과정을 돌이켜 보며 이상훈 교수는 과학계에서의 협력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과학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같이 하는 거지요. 이번의 연구도 다른 과학자들에 의해 ‘후생유전학(epigenetics)’이라는 개념이 정립됐기 때문에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해당 개념이 유전자 발현 조절 기전(발생 원리 및 순서를 일컫는 과학 용어)을 밝히는 데 도입되지 않았더라면 이번 연구도 불가능 했겠지요.”

꿈 있는 학생들이 많아졌으면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이 교수는 "학생들이 꿈을 더 많이 가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과학 공부를 한다는 건 해당 분야에 대한 흥미와 꿈이 없이는 힘든 일이에요. 꿈이라는 건 아무도 알지 못한 원리를 내가 최초로 밝혀내겠다는 열정이라고 보면 되겠지요. 이공계 학생들이 과학 대신 취직과 직결되는 실용학문만 좇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잘 먹고 잘 살고 싶다는 것 이상의 야망이 바로 과학입니다. 과학적 연구는 흥미를 가지고 꾸준히 연구할 가치가 있다는 말을 꼭 전해주고 싶습니다. ”


http://www.hanyang.ac.kr/user/WeeklyUserList.action?command=print_view&work=pdf&weeklyId=2015-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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