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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손님들에겐 매일 기름진 진수성찬을 차려내는 요리사가 정작 자신은 풀만 먹고 사는 꼴이다.

아보 도오루 교수의 <면역혁명>이라는 책에 보면 현대에 들어 암 환자가 왜 증가하고 있는지에 관해 예상치 못한 설명이 나온다. 바로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 때문이라는 것이다. 원래 우리 몸 속에서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크기가 작은 암들이 생기고 또 저절로 없어지기를 반복하는데 요즘은 CT나 MRI 등을 이용해서 불필요하게 아주 작은 암까지 너무 잘 찾아내고 너무 센 치료를 먼저 쏟아 붓기 때문이라는 것.

암진단이 나올까봐서 여태 병원 암검진을 안받고 있는 칠순의 내 어머니가 우매한 게 아니라 오히려 지혜로운 판단일수 있겠구나 생각이 드는 주장이다. 아마도 어머니는 오랜 연륜으로 의료계, 병원, 보험사들이 합작하여 만들어낸 '불필요한 필요' 만들기 마케팅을 간파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들은 어떤 의료적 상황이 닥쳤을 때, 크고 작은 어떤 결정들을 해야 한다. '고혈압약을 먹으라는데 복용해야 할까 말까?' '수술을 받아야 하나 마나?'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 중에는 간단하고 사소한 결정도 있고, 생명이 달린 중대한 결정도 있다. 그럴때마다 문득 내 앞에 앉아 있는 의사들은 자신이 환자가 되었을 때 어떤 선택을 할까 궁금했다. 

의료계의 불편한 진실을 말하는 내용인데도 쿨하고 자전적인 에세이 같이 부드러운 온기가 느껴지는 이 책<의사는 수술받지 않는다> (김현정 글 그림, 느리게읽기 펴냄)의 저자는 이상하게도, 아니 어찌보면 당연한 것인데, 의사들은 의료소비에 있어서 일반인들과 다른 선택을 보인다고 서문을 시작한다.

검사도 덜 받고, 수술도 덜 받고, 몸을 사린단다. 마치 손님들에겐 매일 기름진 진수성찬을 차려내는 요리사가 정작 자신은 풀만 먹고 사는 꼴이다. '왜 의사들은 자신의 환자들에게 권유하는 처방을 왜 자신을 위해서는 선택하지 않을까?' 일반인으로서 그 내용이 무척 궁금했다.


느림과 기다림의 중요성 

"치유를 일으키는 것은 우리 몸이다. 생명은 태어날 때 이미 자신의 몸을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도 함께 지니고 태어난다. 원시인이든 현대인이든 이 천부의 치유력은 원천적으로 같다." - 본문에서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픈 것을 참지 않는다. 되도록 빨리, 가능하다면 당장 낫기를 원한다. 꼼짝 안 하고 저절로 낫는 방법에 더 솔깃하고, 그렇게 해줄 의사나 병원을 찾는다. 약 먹으면 일주일 그냥 있으면 7일이면 낫는다는 감기만 해도 그렇다. 금방 낫게 해준다는 용한 주사를 놓아주는 병원이 인기다.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권유하는 처방을 자신을 위해서는 선택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기다리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현대 의학의 혜택 뿐 아니라, 한계와 허상까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의사들은 웬만한 검사나 치료에 섣불리 몸을 맡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얼리 어답터'는 IT분야에선 앞서가는 사람일지 모르나 의료계에선 그 반대다.

하지만 우리는 자본과 국가가 만들어 놓은 스펙과 생존에 쫓겨서 느린 기다림으로 자신의 몸을 돌볼 여유가 없어 안타갑다.

"노동자는 참다운 휴식과 온전함을 매일 유지할 여유가 없다. 만일 그렇게 하려 들다가는 그의 노동력은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1852년에 나온<월든>의 작가 소로우의 말이 지금의 우리에게 맞아 떨어지는 씁쓸한 현실이라니.

다다익선이 아닌 소소익선

"시장에서 만들어낸 물건과 서비스를 살 수 있는 자유를 획득하기 위해, 우리는 삶의 자유를 볼모 삼아 일터에서 죽도록 일한다. 이것은 자신의 생명초를 미친 듯이 연소시키는 행동이다. 덜 벌더라도 덜 소비하는 구조로, 작게 생산하고 적게 쓰는 생활방식으로 가면 해결된다." - 본문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생존이 아니라 삶이다. 우리 삶을, 삶이 아닌 생존으로 내모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선순환으로 돌아설 수 있다고 저자는 꼬집는다.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열쇠는 바로 삶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라는 지적에 수긍이 간다. 삶이 생존으로 변질되면서 우리 사회 곳곳엔 불안이 또아리를 틀고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이런 불안은 의료계와 사보험 기업에도 활용되었는데 바로 '전국민의 건강 염려증'. 우리나라는 세계 상위의 약 소비국가이며, 그 어느 나라에 비교해도 훌륭한 국민의료보험제도가 있지만 그 어느 나라보다도 사보험을 많이 가입한 국민이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저자는 의료 소비는 우리 몸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의료에서 과잉 소비란, 즉 우리 몸에 필요이상 뭔가를 과잉 하는 것이 되므로 더 현명하고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검사는 적게, 약이 적게, 시술이나 수술은 적게, 사보험도 적게, 그리고 몸에 지방도 적게... 수술을 받지 않는 의사들 처럼 말이다. 한마디로 다다익선보다는 소소익선이다.

의료계의 왜곡된 현상을 해결하려고 저자가 제시하는 해법이 이른바 0차 의료. 0차 의료라는 용어는 1, 2, 3차 의료기관으로 구분 짓는 현행 의료전달체계의 의료기관 분류에서 착안한 것이다. 이들 의료기관을 찾기 전 환자 개개인이 자기 몸 주인으로서, 의료 주체로서 자신의 힘과 기능을 찾고 키우는 것을 0순위로 삼자는 의미를 담았다.

0차 의료의 7가지 해법은 ▲마음의 힘 키우기 ▲몸 많이 움직이기 ▲인공에 반대하기 ▲경증에 지혜롭게 대처하기 ▲미니멀리즘 의료 실천하기 ▲보험 남용하지 않기 ▲느리게 살기 등이다. 

즉, 환자가 먼저 의료 주체임을 새롭게 자각해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몸의 자연치유력을 믿고 의료과잉을 경계하는 동시에 '소소익선'하는 최소한의 치료방법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사족) 책을 다 읽고 주변의 아는 의사에게 이 책을 소개하며 정말 그러냐고 물어 보았다. 그는 오랜세월 환자에게 시달리다 보니 의사들 상당수가 우울증에 걸렸다며, 평균 수명도 최대 10년 이상 일반인보다 적어 굳이 수술까지 해서 오래 살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다고 한다. 단, 대부분 남자의사의 경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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