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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으면 번데기로 둔갑해 다시 태어나

한여름이 되면 어김 없이 바닷가에 나타나는 불청객이 있다. 해파리다. 수영객들을 공격하여 ‘해파리 소동’을 일으킨다. 그저 미물에 불과한 바다 동물처럼 보인다. 그러나 해파리 속에서 인간 모두가 꿈꾸는 영생의 비밀을 터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자어로 해파리를 흔히 해철(海蜇, 바다에서 톡 쏘는 벌레라는 뜻)이라고 한다. 옛 중국문서에는 해모(海母)라 기록돼 있다. 잡기 쉽고 양도 많아 중국과 일본에선 옛날부터 먹을 거리로 가깝게 지냈다.
꼬들꼬들한 감촉에 칼칼한 향료를 추가한 해파리 냉채는 중국의 전통적 전채요리로 우리나라에서도 즐겨 먹는 해산물 가운데 하나다. 일본은 스키야키나 샤브샤브에서 초밥에 이르기까지 웬만한 해산물보다 더 다양하게 요리를 해서 먹는다.
'영생 해파리'는 죽음에 임박하면 번데기로 둔갑한다. 그리고 다시 어린 해파리로 태어난다. 과학자들은 이 해파리에서 영생의 비밀을 캐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영생 해파리’는 죽음에 임박하면 번데기로 둔갑한다. 그리고 다시 어린 해파리로 태어난다. 과학자들은 이 해파리에서 영생의 비밀을 캐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galleryhip.com
모든 해파리를 식용으로 쓰는 것은 아니다. 200여 종 가운데 4가지 정도만 식용으로 가공한다고 한다.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기가 높다. 각종 무기질이 풍부하며 한의학에선 가래와 기침을 진정시키고, 고혈압과 변비를 치료하는 약재로도 쓰이고 있다.
해파리 가운데 정식 학명이 투리톱시스 누트리쿨라(Turritopsis nutricula)라는 해파리가 있다. 현재까지 발견된 유일한 영생불사 동물로 4~5mm 크기의 아주 작은 해파리다. 흔히 베니크라게라고 부르지만 그건 일본식 이름이다.
자료에 따르면 이 해파리가 처음 등장한 원산지는 카리브해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금은 열대지역뿐만 아니라 온대 지역에 이르기까지 넓은 지역에 걸쳐 서식하고 있다. 최근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면서 우리나라 연근 해안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특히 선박의 균형을 잡기 위해 배 밑바닥에 있는 탱크에 담는 평형수로 인해 분포지역이 넓어졌다. 해파리가 그 평형수 속에 담겨 있다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해파리의 강장의 색깔 때문인지 홍해파리라고 부르고 있다. 영어로는 ‘영원히 죽지 않는 해파리’라는 뜻에서 일반적으로 ‘immortal jelly fish’라고도 부른다. 이 해파리는 현재 전 세계 따뜻한 바다라면 어디서든지 산다.
불멸의 해파리는 열대 바다에서 자라는 몸길이 4~5m의 투리토프시스 누트리큘라(Turritopsis nutricula)다. 1990년대 이탈리아 과학자들은 이 해파리가 성적(性的)으로 성숙해 바다를 떠다니다가 환경이 나빠지면 다시 바다 밑 바닥에 붙어사는 초기 상태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언론들은 선박이 균형을 잡기 위해 밑바닥에 담는 물에 이 해파리가 들어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상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종은 강하고 똑똑한 종이 아니다. 환경에 적절히 적응하는 종”이라는 진화론의 요체를 마치 현장의 학습을 통해 실제로 보여주는 동물이 바로 이 해파리다.
형광등처럼 빛을 내는 이 해파리는 다른 해파리처럼 센 독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엄청 빠르거나 힘이 센 것도 아니다. 특별한 장점이 없다. 그러나 오랜 진화과정에서 영생의 비밀을 터득한 동물이다.
늙으면 번데기로 둔갑해 다시 태어나
그러면 이 해파리의 영생의 비밀은 무엇일까? 간단히 이야기 하자면 이 해파리는 나이가 들어 죽을 때가 다 되면 시계를 거꾸로 돌려 젊은 시절로 되돌아간다. 작은 번데기(polyp)와 같은 상태로 변한다. 모든 활동을 중지시키고 하나의 캅셀 속에서 다음의 생(生)을 기다린다.
그러나 그 기다리는 시간은 길지가 않다. 번데기로 몸을 바꾼 뒤 2일 정도가 지나면 다시 어린 개체로 변화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이 해파리는 죽지 않고 계속 살아 남게 된다. 회춘(回春)을 자유자재로 하는 능력이 있다.
과학자들은 이런 성장을 반복하면서 삶을 계속 이어가기 때문에 다른 종에 포획되거나 잡아 먹히지 않는 이상 영원한 삶을 구가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그러면 일반 해파리는 어떻게 살다가 죽을까? 보통해파리는 무성생식과 유성생식을 번갈아 한다. 우리가 흔히 보는 해파리는 우산 같은 몸통에 머리카락처럼 촉수를 아래로 드리우고 바다를 떠다닌다.
성체가 된 이 때에는 ‘메두사’라고 부른다. 고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괴물로 머리카락이 모두 뱀인 메두사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암컷과 수컷 메두사는 정자와 난자를 분비해 알을 만든 다음 죽는다. 알은 자라나 관 모양의 폴립(polyp 애벌레)이 되고 바다 밑에 달라붙어 군집을 이룬다. 폴립에서 메두사가 되는 과정이 무성생식이다. 일반 생물체의 일생과 별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영생의 해파리’는 메두사가 알을 만들고 죽는 것이 아니라 폴립으로 바뀌는 과정을 밟고 다시 태어난다. 늙으면 어린이로 변모하고, 다시 늙으면 또 어린이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메두사가 폴립으로 될 때에는 우선 메두사의 우산모양의 관이 뒤집어진다. 이어서 촉수들과 바깥쪽 세포들이 몸 안으로 흡수된다. 이 상태에서 바다 밑에 달라 붙어 새로운 폴립이 된다. 유성생식을 포기하는 대신에 죽지 않고 다시 젊어지는 것이다.
이탈리아 살렌토 대학의 동물학자 스테파노 파라이노 교수 ⓒ 살렌토 대학
이탈리아 살렌토 대학의 동물학자 스테파노 파라이노 교수 ⓒ 살렌토 대학
영생불사의 해파리는 바다 속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진화의 한 방법으로 불사의 삶을 얻었다. 이탈리아 의 한 과학자가 밝혀낸 해파리의 영생불사의 원리는 영원을 갈구하는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사람도 영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얻었기 때문이다.
“영생 해파리의 유전체는 녹음테이프와 같아”
이탈리아 레체(Lecce)에 있는 살렌토(Salento) 대학의 동물학자인 스테파노 피라이노스(Stefano Pirainos) 교수는 “이 동물의 유전체는 녹음테이프와도 같다”고 말하고 있다.
테이프의 끝에 도달한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영생 해파리는 죽음에 임박하면 리와인드 버튼을 눌러 생명의 테이프를 되감아 생을 다시 시작한다. 생체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역분화(dedifferenciation)와 교차분화(transdifferenciation)를 반복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과학적 발견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인류의 꿈을 실현할 희망의 열쇠가 될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영생 해파리에서 힌트를 얻어 인간 세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기술을 개발했다. 어른의 체세포가 역분화 기술을 통해 원천의 줄기세포로 돌아가는 것이다. 연구가 결실을 맺으면 무병장수에 대한 기대도 가능할지 모른다.
한편 해파리가 영생의 동물이라는 것이 알려지자 어떤 누리꾼은 해파리의 수명이 5억년이나 된다고 주장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5억년 전이라면 지질학적으로 볼 때 캄브리아기에 해당된다. 당시 해파리의 최초 조상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없는 시기다.
해파리의 불로장생에 대한 연구는 자연상태인 바다에서 진행된 것은 아니다. 실험실에서 수족관을 설치해 얻은 결론이다. 어쨌든 해파리는 불로불사의 대표적인 동물이다.
해파리가 유일한 불로불사의 동물인양 과장돼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조그만 주변을 찾아보면 해파리 못지 않게 재미 있고 우리와 친숙한 동물들이 많다. 자연의 생명현상은 신비하고 황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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