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인간이 미생물에 기대어 살고 있는 기생생물체인 셈이다.

우리 몸은 온전히(?) 우리 몸인가?

우리는 흔히 몸에 대해 이야기 할 때 그 ‘몸’이 사람의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말하고 생각하는 몸이 실제로는 상당부분 인간의 것이 아니라면 어떨까. 최근 10여 년간 급속히 발전한 미생물군(microbiome)에 대한 연구는 인간의 몸 중 대다수가 미생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한명의 사람을 구성하는 인간 세포의 수는 약 10조개다. 하지만 그 인간의 안팎에 살아가고 있는 미생물 세포의 숫자는 100조개에 달한다. 즉 하나의 몸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 내에 있는 세포를 분류에 따라 나눠보자면 인간은 약 10%의 점유율 밖에 주장하지 못하는 셈이다. 박테리아 등 나머지 미생물들의 크기가 인간 세포에 비해 매우 작기 때문에 우리가 끈적거리는 미생물 덩어리 안에서 헤엄쳐 다니는 일은 없지만, 그래도 우리 몸의 안팎은 미생물이라는 얇은 막으로 덮여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Wikipedia image - Agar plate
미생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로베르트 코흐가 각종 미생물과 기생충이 감염성 질환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밝혀낸 이래, 인간은 미생물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치열한 전투를 벌여왔다. 생활공간은 매일 살균제로 청소되고, 멸균제품을 사먹으며, 가벼운 감기에도 항생제를 먹고, 손과 발을 세정제로 씻어낸다. 물론 이런 위생 환경의 향상은 삶의 질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다. 동시에 본래 우리와 함께하던 무해한 미생물들을 몸 생태계 밖으로 몰아내, 생태계에 공백을 가져왔다. 이 공백 안으로 들어온 것은 항생제 저항성 박테리아 같은 더욱 질긴 녀석들이다. 또 ‘위생가설’은 현대에 급격히 늘어난 자가면역질환이나 알레르기 질환들이 어린 시절 필수적으로 노출되어야 하는 각종 미생물과 기생충에 노출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2007년 미국국립보건원은 1억4천만 달러를 투자해 인간 미생물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인간의 몸 안팎에 살아가는 미생물들의 정체를 확인하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필수 미생물들이 있는지를 알기 위함이었다. 나아가 미생물군의 변화가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지까지 연구해보고자 했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비만이나 영양 결핍, 일부 동물의 행동 변화가 미생물군의 변화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결과도 발표되었다. 미생물군 연구의 잠재성은 무궁무진하다.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정 미생물군이 있는지, 만약 사람마다 고유한 미생물군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면 이를 지문처럼 이용할 수 있을지도 알아보고 있다.
하지만 미생물군 연구를 통해 떠오른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바로 인간과 미생물의 관계다. 이 미생물들이 우리 몸 안팎에 하나의 생태계를 형성해 살아가고 있고, 인간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일종의 기생생활인 셈이다. 동시에 필수 영양소를 인간이 소화할 수 있는 단위로 분해해주고, 다른 더 해로운 미생물들이 우리 몸에 침입하는 것을 차단해주는 보호막 역할도 한다. 이런 경우 반대로 우리와 공생관계를 맺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또 한 번 관점을 뒤집어보자. 인간의 몸 안팎에서 미생물들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병원성 미생물과 기생충들의 공격으로 각종 감염성 질병에 노출되고 영양소 결핍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여기서는 인간이 미생물에 기대어 살고 있는 기생생물체인 셈이다. 미생물이나 기생충은 인간 없이 살아갈 수 없이지만, 인간 역시 미생물이나 기생충 없이는 편안하게 살아갈 수 없다. 대체 이 관계는 어떻게 정의해야 한단 말인가?
우리는 손쉽게 생태계에 인간의 관점을 적용하곤 한다. 하지만 생태계 내 생물들 사이의 관계에는 선과 악, 흑과 백이 없다. 차라리 모호한 회색에 가까울 것이다. 모든 생명체는 경쟁관계이 있는 동시에 서로 기대어 살아가며 단일 생명체 혼자 살아갈 수는 없다. 때문에 최근에는 양생관계(amphibiosis)라는 개념을 도입하기도 한다. 기생과 공생을 명확히 나누기 어렵다는 생각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생물들을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우리 몸 자체가 하나의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고 더불어 해야 할 존재로 여긴다면 새로운 기회와 상상력들이 열릴 것이다. 생물학에서 가장 처음 배우는 개념 중 하나가 균형(equilibrium)이라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http://www.koreahealthlog.com/?p=15282
댓글 쓰기

최근조회 글

비타민C 메가도스(VitaminC Megadose)

블로그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