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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진시황



[한겨레] 67살 구글 엔지니어링담당 이사 커즈와일

70~80종 성분 영양제 하루 100알…연간 11억원어치

아침식단은 산딸기류 훈제연어 다크초콜릿 귀리죽 등


미래학은 먼 미래사회를 예측하는 학문이다. 아직 도래하지 않은 시점의 일이니 아무리 뛰어난 미래학자라도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의 예측이 들어맞는지 아닌지를 확인할 도리는 없다. 그런데 영생을 통해 이를 몸소 확인하려는 미래학자가 있다. 2200여 년 전 중국 진시황은 자연 속의 불로초를 찾아 영생을 꾀하려 했지만, 이 미래학자는 현대 과학기술의 힘을 빌려 영생의 꿈을 이루려 한다. 그리고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는다. 미국의 저명한 발명가이자 저술가,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 이야기다. 문서판독기, 광학문자인식기(OCR), 음성인식기, 평판 스캐너, 문서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시각장애인용 음성변환기, 전문음악인들의 필수장비가 된 신시사이저 등이 모두 그의 발명품이다. 발명품으로 사업에서도 큰 성공을 거둔 그의 현재 주된 직함은 구글 엔지니어링담당 이사.

20~25년 뒤면 인체 장기와 조직 재생 가능 기대

올해 만 67살인 그는 오래 전부터 스스로 영생을 위한 식단을 짜서, 그에 따른 섭생을 실천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가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그의 아파트에 초청을 받아 그와 아침식사를 함께했다. 그가 공개한 아침식단은 2009년에 낸 그의 저서 <영원히 사는 법 : 의학혁명까지 살아남기 위해 알아야 할 9가지>(원제는 ‘TranscendNine Steps To Living WellForever’)의 처방에 따라 준비된 것이다.

 그의 영생 계획은 3단계로 이뤄져 있다. 장수 식단은 영생으로 가는 1단계 실천이다. 생명공학기술이 유전체를 재설계할 수 있는 2단계, 분자 나노기술이 인체 장기와 조직을 재생할 수 있는 3단계에 도달할 때까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는 3단계 도달 시기를 20~25년 후로 본다. 그의 나이 80대 후반에서 90대 초반에 이르는 시기이다. 그의 예상대로 생명공학기술이 발전하기만 한다면, 요즘의 수명 연장 추세로 보아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파이낸셜 타임스> 기자와 함께한 그의 아침 식사 메뉴는 산딸기류 열매(블랙베리, 라즈베리), 훈제연어와 훈제고등어, 다크 초콜릿 6조각, 두유, 천연 감미식물 스테비아(Stevia) 한 봉지, 미지근하고 걸쭉한 귀리 죽, 녹차 등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코코아는 항염 작용이 있어 선택한 음식이다. 그는 약간의 에스프레소를 넣은 아주 진한 다크 초콜릿을 먹는다고 한다. 그는 몸에 좋은 탄수화물식품과 지방식품을 선호하는데, 그가 먹는 탄수화물 식품은 베리와 귀리(오트밀), 채소다. 연어와 고등어는 단백질 섭취용이다. 고기는 거의 먹지 않는 부분채식주의자이다. 그의 아침 식단은 700칼로리를 넘지 않는다. 베리류가 85칼로리, 다크초콜릿이 170칼로리, 훈제연어·고등어(85g)가 100칼로리, 두유(1컵)가 100칼로리이다. 스테비아와 녹차는 열량이 없다, 스테비아는 몸에 좋지 않은 설탕 대용이다. 귀리죽(반컵)은 조리방식에 따라 150~350칼로리라고 한다.

 식단만 놓고 보면 그의 섭생법이 그리 유별난 건 아니다. 커즈와일식 섭생의 압권은 식단이 아닌 영양제이다. 그는 이날도 식사를 하기 전 30알의 영양제를 먹었다. 천연 항산화제인 코엔자임 큐텐(Q10), 눈건강을 지켜주는 루테인·빌베리(월귤나무 열매) 추출물, 항산화 및 해독 기능 등이 있는 ‘글루타치온4’, 혈액 순환을 촉진해 기억력을 강화시켜준다는 ‘빈포세틴’, 세포 증식에 관여하는 피리독살5-인산(P5P) 등이 알약에 들어 있는 성분들이다. (영양제 성분 전체 리스트= http://www.quora.com/Which-150-supplements-does-Ray-Kurzweil-take-daily)

“공식 나이는 67살이지만 생물학적 나이는 40대 후반”

그는 30대에 이미 장수의학 전문가인 테리 그로스만 박사와 함께 개발한 양생법에 따라 자신만의 양생법을 개발했다. 처음엔 매일 250알의 영양보충제와 8~10잔의 알칼리수, 녹차 10잔을 섭취했다. 심장에 좋다는 레드 와인도 1주일에 몇잔 분량을 마셨다. 지금은 영양보충제를 하루 100알씩 먹는다. 그 사이에 효능이 더 좋은 것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아침에 먹는 것들은 주로 심장과 눈, 두뇌 건강 및 성기능과 관련된 것들이라고 한다. 알약에 들어 있는 성분은 모두 70~80종에 이른다. 그 중에서도 그는 자신의 장수를 돕는 핵심 영양성분으로 3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강력한 항산화물질인 코엔자임큐텐이다. 코엔자임큐텐은 세포 활동의 에너지를 공급하는 ATP(아데노신 3인산)를 합성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두 번째는 세포막의 구성성분인 포스파티딜콜린(phosphatidylcholine)이다. 포스파티딜콜린은 영양분을 세포 안으로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어린이들에겐 이 성분이 많지만, 나이가 들면 세포막에서 이 성분의 비중이 크게 줄어든다. 마지막으로 비타민D이다. 그는 비타민D는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알약을 복용하는 데 드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그는 “하루에 수천달러 정도”라고 말한다. 연간으로 셈하면 100만 달러(약 11억 원)가 족히 넘는다. 일반인들로선 따라할 엄두도 못낼 금액이다. 이를 의식한 듯 그는 기자에게 “모든 사람이 같은 양을 복용할 필요는 없다. 건강한 30세라면 기본적인 것만 보충하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권하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3대 기본 영양보충제는 종합비타민/미네랄, 오메가3 지방산, 비타민D이다. 비타민D를 별도로 꼽은 것은 종합비타민제에 든 양으로는 충분히 공급이 되지 않기 때문이란다. 그는 또 깨끗한 얼굴 피부를 위해, 항산화 스킨 크림도 바르고 있다. 심리학자인 그의 아내와 두 자녀 역시 그의 영양제 처방을 따르고 있다.

 이런 처방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그의 말을 빌면 그의 공식 나이는 67세이지만 “생물학적 나이는 40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58살로 죽은 아버지에 자극…35살 때 당뇨초기 진단받고 자구책

건강에 대한 그의 관심은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 그가 15살이었을 때 심장병이 발병한 아버지는 결국 그가 22살 때 숨졌다. 아버지 나이 58세 때였다. 커즈와일은 자신이 아버지의 뒤를 따를 수도 있음을 직감했다. 35살이 되자 심장병의 주원인 중 하나인 제2형 당뇨병 초기 진단을 받았다. 기존 치료법이 성에 차지 않은 그는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그의 독특한 섭생법이다. 그는 보통 질병의 80%는 유전에 기인하고 20%는 생활방식에 기인하지만, 생활을 잘 관리할 경우 질병의 90%까지는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 유전자의 영향력을 10%까지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1천 년 전 기대수명은 19살, 1800년 기대수명은 37살이었다”며 주어진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 바로 인간이라고 주장한다.

 커즈와일은 자신의 행동을 우스꽝스럽게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진보는 선형적(산술급수적)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고 반박한다. 기술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그의 핵심 논지다.

 “선형적 발전에서는 30걸음을 내딛으면 30걸음만 나간다. 하나, 둘, 셋, 넷, 이런 식으로 30까지 하면 30이 된다. 기하급수적 성장에선 하나, 둘, 넷, 여덟, 이런 식으로 나아간다. 30단계까지 가면 10억이 된다.”

 그는 인간게놈프로젝트로부터 얻은 게놈 지식이 의학 분야의 기하급수적 발전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 “다음 20~25년 후에는 인류가 거의 모든 질병과 노화를 극복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혈액세포 크기만한 기기들, 즉 나노봇을 몸 안에 들여보내 질병을 치료하거나 인지능력을 향상시킨다. 또 2029년까지는 기계가 인간 지능 수준을 갖추게 될 것이며, 2045년이면 기계가 인간 능력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역설한다. 그 시기를 그는 ‘특이점’(Singularity)이라고 칭한다. 그 이후엔 인간의 특성이 변한다. 타고난 생물적 기능과 후천적으로 취득한 비생물 지능의 복합체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인간 신체에서 비생물적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아진다. 지난 2012년, 남들은 일을 그만두고 은퇴할 나이인 64살에 그가 구글에 엔지니어링 담당 이사로 취업한 것도 바로 그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작업을 지휘하기 위해서다.

죽음은 비극인가, 최고의 발명품인가

그는 왜 영생을 추구할까?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뷰에서 그는 “나는 모든 죽음은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생명의 사이클을 받아들이라는 가르침을 받아 왔다. 하지만 인간에겐 주어진 한계를 뛰어넘을 기회가 있다”라고 말한다. 그의 죽음관은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스티브 잡스의 죽음관과 대비된다. 그는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 연설에서 “죽음은 삶의 최고의 발명품이다. 낡은 것을 치우고, 새로운 것을 위한 길을 열어주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죽음을 겸허하게 받아들인 스티브 잡스도 죽음을 가능한 한 뒤로 미뤄두고 싶어했다.


 “아무도 죽기를 원하지 않는다. 심지어 천국에 가고 싶은 사람도 죽어서고 가고 싶어하진 않는다. (2004년 췌장암에 걸려 수술을 받았을 때) 그때만큼 내가 죽음에 가까이 가본 적은 없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수십 년 동안은 가까이 가지 않길 바란다.”

 잡스의 이런 바람이 무색하게 그는 6년 뒤인 2011년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잡스의 토로는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겠다’는 커즈와일의 계획을 개인 차원의 욕심으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미국 저명한 발명가이자 저술가인 커즈와일은

공상과학소설에 심취…10대 때부터 인공지능 관심

에디슨의 상속자인가, 자아도취적 괴짜 장사꾼인가


레이 커즈와일은 미국 뉴욕 퀸즈의 한 유대인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였고, 어머니 한나는 미술가였다. 그가 발명가의 꿈을 갖게 된 계기는 7~8살 어린 시절에 읽은 ‘모험가 톰 스위프트 주니어(Tom Swift Jr) 시리즈’였다. 이 시리즈는 20세기 초 미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청소년 공상과학 소설이다.

 발명가의 꿈을 갖는 데 영향을 끼친 또다른 중요 인물은 할머니 릴리안 베이더(Lillian Bader)였다. 오스트리아 유대인인인 그녀의 집안은 나치를 피해 1938년 미국으로 망명했다. 커즈와일이 다섯살 때인 1953년, 할머니는 그에게 타이프라이터를 보여줬다. 커즈와일은 “아무 것도 없는 백지에 뭔가를 심는 마법과도 같은 기계를 보고 큰 영향을 받았다”고 회고한다. 고교생이던 17살 때 그는 첫번째 발명품을 만들었다. 작곡가의 멜로디를 분석해서 똑같은 스타일로 원래의 음악을 재현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었다. 이 발명품으로 그는 전국 대회에서 상을 받고, 유명 인사가 됐다. 이후 MIT에 진학해 1970년 컴퓨터공학 및 문학 학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1년반만에 MIT의 모든 컴퓨터 프로그래밍 과정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에 뛰어들었다.

 미국의 시각장애인 싱어송라이터 스티비 원더는 커즈와일이 1976년에 만든 리딩머신(글자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계) 소식을 듣고 그 다음날 그 기계의 첫번째 주인이 됐다. 두 사람은 이후 의기투합해 1982년 커즈와일이 설립한 ‘커즈와일 뮤직 시스템즈’(Kurzweil Music Systems)에서 함께 다양한 악기들을 개발했다. 세계 최초의 디지털 신시사이저도 여기서 나왔다. 이 회사는 1990년 한국의 영창뮤직(옛 영창악기)에 인수됐다. 현재 커즈와일은 영창뮤직의 기술고문이기도 하다. 커즈와일은 자신의 역대 발명품 중 리딩머신을 “가장 흐뭇했던 작품”으로 기억한다. 그는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 변화를 주는 데 발명의 스릴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10대 때부터 인공지능에 관심을 갖고 연구해 왔다. 1990년작 <지적 기계시대>(The Age of Intelligent Machines)에서는 모바일 기기의 출현과 인터넷 유비쿼터스를 예측했다. 2005년작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Near)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미래를 전망한 것으로, 그의 최고 베스트셀러다. 이 책은 그가 구글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됐다. 그는 그 과정을 이렇게 설명한다.

 “나는 래리 페이지(구를 공동창업자)에게 출판전 버전을 주었다. 그는 이 책을 진짜로 좋아했다. 나는 그에게 이 아이디어에 기반해 시작할 회사에 투자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좋다, 투자하겠다, 그러나 그걸 여기(구글)서 하자. 우리는 구글기반의 자원, 즉 데이터와 컴퓨터, 재능을 갖고 있다.”

 2012년 그는 인공지능 기계 개발을 위해 구글의 엔지니어링담당 이사로 변신했다. 특이점 시대의 도래에 대비하기 위해 커즈와일은 2008년에 싱귤래리티대학(Singularity University)이라는 민간교육기관을 세워 미래연구 분야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인공지능 연구는 다른 한편에선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스티븐 호킹, 일론 머스크 같은 이들은 인공지능을 ‘인류 최대의 실존적 위협’이라거나 ‘인류의 종말’을 초래할 수도 있는 위험한 시도‘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그는 인공지능이 위험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데 대해 불만을 갖고 있다. 그는 어디까지나 인공지능을 인간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그의 지지자들은 그를 ‘궁극의 생각기계’ ‘토마스 에디슨의 진정한 상속자’라고 칭송한다. 빌 게이츠는 그를 “가장 뛰어난 인공지능 미래 예측가”라고 평했다. 반면 비판자들은 그를 ‘이 시대의 가장 위대한 장사꾼’ ‘영생에 사로잡힌 자아도취적 괴짜’ 등으로 조롱한다.

 그와 아침식사를 함께한 <파이낸셜 타임스>의 캐롤라인 대니얼(CarolineDaniel) 주말판 에디터는 그에 대한 인상평을 이렇게 요약했다. “머리는 좋으나 세상 물정은 모르는 우디 알렌의 형제를 보는 듯했다.”

곽노필 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http://plug.hani.co.kr/fu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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