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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진화의 승리자들이다.

기생충을 경외하라

생물 | 2010/07/03 09:48 | Posted by 강석하
기생충이라고 하면 숙주에게서 영양분을 착취해서 번식만 하면 되기 때문에 가장 편하게 살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내가 아는 생물들 중 기생충만큼 존재 자체가 놀라운 생물은 없다.

기생충은 적대적인 환경을 이겨내며 산다. 가파른 절벽 바위틈에서 자라는 소나무는 척박할지는 몰라도 환경이 소나무를 해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기생충의 숙주는 기생충과 맞딱뜨리지 않으려는 행동을 하고 면역세포와 면역물질을 통해 기생충을 공격한다. 기생충은 이렇게 자신에게서 달아나려고 하고 자신을 공격하는 환경 속에서 이를 극복하고 이겨내야만 하는 숙명이 있다.

식물은 씨앗을 퍼트려 어디서나 싹을 틔울 수 있다. 물론 조건이 맞아야 겠지만. 동물은 스스로 적합한 환경을 찾아 이동할 수 있다. 철새들을 생각해보라.

일부 기생충은 생활사의 특정 단계에서 숙주를 찾아 움직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운동능력이 없다. 기생충이 살 수 있는 곳은 자신들이 이용할 수 있는 한정된 종류의 숙주 뿐이다. 광활한 바다위에서 듬성 듬성 떠 있는 무인도에 표류해야만 살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게다가 그 무인도는 자신을 받아주기를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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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충의 생활사
가장 잘 알려진 기생충들인 요충(Enterobius vermicularis)이나 회충(Ascaris lumbricoides)은 지구상의 수백만 종의 동물 중 사람에게 감염되야만 살아남아 번식할 수 있다. 지금이야 인구수가 엄청나게 많지만 인구가 이렇게 급격히 늘어난 건 진화의 역사상에서는 눈 깜짝 할 순간도 안 된다. 이 기생충들은 진화의 역사 중 언젠가 우리의 조상과 조우하여 적응한 뒤로는 우리 인간이 없이는 살지 못하는 운명을 안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번식을 하려면 짝이 있어야 한다. 회충이 운 좋게 사람에게 감염을 했는데 그 숙주에 암컷과 수컷이 동시에 있지 않으면 더 이상 자손을 퍼트릴 수 없다. 회충의 수명은 길어야 2년에 불과하다.

운이 좋아서 숙주에서 암컷과 수컷이 번식을 하면 만들어낸 알을 외부로 내보내야 한다. 회충의 알은 대변에 섞여서 나오고 요충은 암컷이 직접 항문으로 나가서 알을 내보내고 죽는다. 이렇게 나간 알들이 사람에게 다시 감염하는 것은 운에 맡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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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흡충의 생활사

폐흡충(Paragonimus westermani)은 회충이나 요충과 달리 여러 단계의 숙주를 거쳐야만 성충이 될 수 있다. 최종숙주에서 폐흡충이 낳은 알은 부화해서 첫번째 중간숙주인 다슬기류의 피부를 뚤고 들어가 성장한다.

첫번째 중간숙주에서 성장이 끝나면 다슬기에서 빠져나와서 두 번째 중간숙주인 민물 게나 가재 등에 침입해서 최종숙주에게 두 번째 중간숙주가 먹히기만을 기다린다. 이 중간숙주가 폐흡충의 최종숙주가 아닌 다른 포식자에게 먹히거나 평안하게 살다가 죽는다면 폐흡충의 일생은 여기서 끝이다.

폐흡충이 최종 숙주에 감염하면 폐를 찾아가야 한다. 폐로 가지 못하고 뇌나 근육 등으로 가는 경우도 있는데 여기서는 알을 낳아서 외부로 내보낼 방도가 없기 때문에 폐흡충에게는 막다른 골목이다. 폐에서 생활하며 알을 낳아서 숙주의 가래를 통해 외부로 배출시켜야 한다.

기생충들의 삶은 이렇게 난관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역시 다른 동식물처럼 현재까지 진화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진화의 승리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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