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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몸에는 인간의 것이 아닌 세포들의 인간의 것보다 10배나 많고, 우리 몸에서 발견되는 유전자의 대부분은 우리의 것이 아닌 우리 몸에 살고있는 세균들의 것이다.

당신의 뱃살은 뱃속의 거지탓?

생물 | 2010/03/07 09:02 | Posted by 강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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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출렁이는 뱃살의 근본적인 원인은 당신의 뱃속에 살고 있는 누군가 때문일 수 있다는 과학자들의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이 글을 읽고 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인간의 몸은 약 10조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각각의 세포에는 약 2만 3천개의 유전자가 담겨있다. 그러나 우리 몸은 우리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 몸에는 우리 몸의 세포수보다 열배나 많은 약 100조 마리의 균들이 살고 있다. 이들은 우리의 피부에도 살고, 입속에도 살며 대부분은 우리의 장 속에 살고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세균이라고 하면 무조건 나쁘고 위험하다는 오해가 있기도 하지만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세균은 일부에 불과하며 우리에게 꼭 필요한 균들도 많다. 이들은 우리와 공생하면서 우리가 먹은 음식 중 우리가 소화할 수 없는 것들을 소화시키고 우리 신체에서 직접 만들어내지 못하는 비타민 등을 합성해 공급하기도 한다. 또한 이들이 자리를 잡고 있음으로 인해 해로운 균들이 들어와도 정착하지 못하게 된다.

3월 4일 네이처지에 사람의 대변에서 우리 몸에 사는 균들의 유전자를 분석해 약 330만개 가량의 유전자를 찾아냈다는 논문이 발표되었다. 인간 게놈의 유전자보다 150배 가량 많은 숫자다.

이들 유전자의 99% 이상은 세균의 유전자이며 나머지는 주로 고세균의 것이었다. 유전자의 갯수로 미루어 보면 약 1000가지 이상의 종류의 세균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57개는 피험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났으며 한 명당 160종 이상이 발견되었다.

즉, 우리의 몸에는 인간의 것이 아닌 세포들의 인간의 것보다 10배나 많고, 우리 몸에서 발견되는 유전자의 대부분은 우리의 것이 아닌 우리 몸에 살고있는 세균들의 것이다. 그렇다면 이 엄청난 양의 유전자들 또한 우리의 몸과 마음에 영향을 줄 수 있지는 않을까?

기생충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기생충의 이익과 숙주의 이익이 상충될 때 기생충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숙주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들을 연구해왔다.

톡소포자충이라는 기생충은 고양이과 동물의 장에서 사는 원생생물이다. 톡소포자충이 고양이의 변을 통해 배출되면 다른 포유류나 조류에도 기생을 할 수 있는데 이 때에는 장 속에 사는 것이 아니라 근육이나 뇌에서 기생을 하게 된다. 이 중간 단계의 숙주가 고양이과 동물에게 먹히게 되면 톡소포자충은 고양이의 장 속에서 유성생식을 하는 단계로 성숙하게 된다.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쥐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쥐의 유전자들은 고양이에게 잡아먹히지 않아야 번성할 수 있지만 톡소포자충의 유전자는 쥐가 고양이에게 먹혀야만 퍼질 수가 있다. 즉, 한 마리의 쥐에 두 가지 상반된 운명을 원하는 유전자가 공존하는 것이다.

실제로 수많은 실험을 통해서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쥐는 겁을 상실하고 모험심이 강해진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정상적인 쥐들은 고양이의 냄새를 맡으면 두려워하고 그곳으로 가려고 하지 않는데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쥐는 개의치 않고 행동한다.

인간 또한 톡소포자충에 감염될 수 있다. 인간이 고양이나 여타 고양이과 동물에게 먹힐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톡소포자충이 중간숙주의 뇌에 영향을 주는 버릇은 남아 있어서 톡소포자충에 감염되면 성격에 변화를 일으킨다.

이와 유사하게 물고기에서 중간단계를 거치고 새에서 최종적으로 성장하는 기생충의 경우 물고기가 새에게 잡아먹힐 확률을 높이는 사례나 게에서 중간단계를 거치고 새를 최종숙주로 삼는 기생충은 게가 포식자인 새들에게 노출될 행동을 유발하는 사례 등 다양한 사례들이 알려져 있다.

따라서 우리 뱃속의 세균들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3월 4일 사이언스에 발표된 연구를 보면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 같다.

과학자들은 유전자를 조작해 비만 쥐를 만들었다. TLR5 라는 창자의 세포에서 발현되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가 작동을 못 하게 하면 비만이 되었다. 그러나 이 유전자가 직접적으로 비만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었다.

TLR5 유전자가 결핍된 쥐는 정상인 쥐들과 장속에 사는 세균들이 달랐다. 이들은 정상인 쥐들보다 식욕이 왕성해 더 많이 먹고 비만이 되고 결국 당뇨와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했다. 이들의 식사량을 정상적인 쥐들과 같도록 제한하자 비만해지지 않았다. 쥐들이 비만이 된 이유는 어떤 소화과정에 관여하는 화학적인 변화 때문이 아니라 증가한 식욕 때문인 것이다.

과학자들은 정상 쥐들이 가지고 있는 세균을 없애고 비만 쥐들에 있는 세균이 자라게 했다. 그러자 정상적인 유전자를 가진 쥐들도 비만이 되고 병에 걸렸다. 쥐로 하여금 필요이상으로 많이 먹게 하고 비만이 되게 하는 원인은 쥐 스스로가 아닌 쥐의 뱃속의 세균들 때문이었다.

쥐가 더 많은 음식을 섭취할 때 다른 세균들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서는 종류의 세균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이런 일을 벌일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아직 정확히 어떤 균들이 이런 일을 벌이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물론 이 실험은 쥐를 대상으로 했지만 인간이라고 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위에서 언급한 네이처 논문에서는 비만에 대해서는 연구되지 않았지만 장에 질환이 있는 사람과 정상인 사람간에 장 속 미생물들에 차이가 있음이 확인되었다. 비만인 사람이 특정한 세균을 가지고 있는지도 조만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식욕 중 일부는 우리 유전자의 명령이나 자유의지가 아닌 우리 뱃속에 들어있는 거지, 즉, 세균에 의한 것일지도 모른다. 미래에는 비만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서 특정한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나 우리를 건강하게 하는 세균이 사용될지도 모르겠다. 

http://evolbio.tistory.com/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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