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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 하다가 정말 안 돼 어느 날 모든 걸 내려놓은 사람들이다.

[MD앤더슨 종신교수 김의신 박사의 癌이야기]

[1] 암 낫는 사람, 안 낫는 사람

유난히 근심 많은 한국 환자 - 치료 받으면서도 일 집착하고 항암제는 부작용만 달달 외워 
시골 환자가 치료 잘 돼 - 큰 병원에 온 것에 만족, 밥도 잘먹어 암에 잘 견뎌
수치에 일희일비 말라 - 약간만 나빠져도 잠 못이뤄… 제풀에 암세포 더 키우는 꼴
웃는 자, 저항력도 높다 - 항상 밝고 믿음 강한 사람, 면역세포 수치 1000배 높아

30년 동안 매일 암 환자들을 봤다. 환자를 처음 맞닥뜨리면 '이 환자는 치료가 잘 되겠구나!' 아니면 '안 되겠구나!' 짐작이 간다.
결론부터 말하면, 암에 걸렸어도 담대하고 비교적 표정이 밝은 환자는 치료가 잘 되고, 암 치료를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걱정이 태산인 사람은 이상하게 잘 낫지 않는다.

가만 보면 재미교포나 한국서 온 환자들은 유난히 근심이 많다.
어느 중년의 유방암 환자는 수술도 받기 전에 자기가 죽으면 남편이 어떤 여자랑 재혼할까 걱정한다.
회사 중역은 자기 아니면 회사 결딴난다고 생각하고, 정치가는 자기 아니면 한국이 망한다고 초장부터 안절부절못한다.
직업이 의사인 환자들도 마찬가지다. 항암제 관련 자료를 뒤져서 유독 부작용 관련 내용만 줄줄 외운다.
그리고는 이 약이 괜찮으냐고 따진다. 그런 상태에서 약이 들어가니 치료가 잘 되겠나 싶을 때가 잦다.

백혈병을 앓았던 한 의사 환자는 암 치료 1년 후 재발해 왔다.
이 환자는 빌딩을 몇 채 가진 재력가였다. 그런데 어느 날 새벽, 숨이 넘어갈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 됐다고 해서 급히 병실에 가봤다.
사정을 들어보니 부부싸움이 발단이 됐다. 남편이 입원비(하루 1000달러)가 너무 비싸다며 내일 무리해서라도 퇴원하겠다고 하기에, 부인이 "휴가 한 번 안 가고 일만 해서 돈 벌어 놓고 죽을 판인데 당신 미쳤느냐"며 말렸다는 것이다.
그 환자는 6개월 후 세상을 떴다. 그런 면에서 대개 시골에서 온 환자들이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온 환자보다 치료가 잘 된다.
시골 환자들은 큰 병원에 왔다는 것에 만족하고 표정이 밝다. 병원 밥도 맛있다며 잘 먹어 암 치료에 잘 견딘다.

한국 환자들이 암센터에 와서 예외 없이 하는 질문 2가지가 있다.
"내가 얼마나 살 수 있나?" "치료 효과는 얼마나 있나?"이다. 물론 그것이 제일 궁금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 미국 의사들은 그 질문에 절대 대답 안 한다. 할 수도 없다.
그것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치료 효과가 80%라도 나머지 20%에 속하면 효과는 '제로'(0)이기 때문에 섣불리 그런 말을 안 한다.


그러나 한국 환자들은 수치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한다.
암이 얼마나 치료됐는지를 알기 위해 CT를 찍으면, 그날부터 결과에 목숨을 건다. 밤새 초조해하다가 새벽에 전화를 걸어와 물어보기도 한다.
약간 나빠졌다고 말하면, 그때부터 환자는 잠을 못 이룬다(항암 치료 과정에서 병세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일주일 뒤 병실에 가보면 그동안 밥도 안 먹어 바짝 말라 있고,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하다. 제풀에 자기가 죽는 꼴이다.

항암 치료가 잘 되던 어느 환자가 한 달 뒤, 거의 다 죽어 온 적이 있다.
사정을 물어보니, 요양원에서 야채만 먹었다는 것이다. 고기를 먹으면 암이 더 자란다는 잘못된 속설을 따라 했다가 몸이 망가진 것이다.
항암제는 몸속 단백질을 깨뜨린다. 그래서 암 환자는 살코기 같은 양질의 단백질을 계속 먹어야 잘 견딘다.
영양이 부실하면 빈혈이 생기면서, 헤모글로빈 수치가 떨어진다. 그 수치가 낮으면 항암제 효과가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잘 먹어야 병이 낫는 법이다.

근심과 스트레스는 뇌에서 나오는 '10번 부교감 신경'을 자극한다. 이로 인해 위(胃)와 장운동이 떨어지고 식욕이 감소한다.
잠도 못 잔다. 걱정이 많은 사람들은 죄다 수면제를 줘야 겨우 잠을 자는데, 수면제는 위장 활동을 떨어뜨려 더 식욕을 잃게 한다.

미국 환자는 환자 같지 않은 환자가 많다. 항암 치료 사이에 태평스럽게 골프를 치거나, 악기를 신나게 연주하는 이도 많다.
"하늘나라에 먼저 가 있을 테니 나중에 보자"라고 농담을 하는 환자들도 있다. 그런데 희한하게 그런 사람이 잘 낫는다.
한국 사람들은 일만 하다 살아서인지 고통을 잊고 항암 치료의 무료함을 달랠 방법을 모른다.
일을 못하면 인생이 끝난 것 마냥, 그냥 방에 갇혀 근심 속에 시무룩하게 지낸다. 암세포가 좋아할 일이다.
아무 거나 잘 먹고 배짱 좋은 환자, 종교를 믿고 모든 것을 신에 맡기는 담대한 사람, 취미가 뚜렷해서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사람, 매사에 긍정적이고 희망을 찾는 환자들의 암 치료 결과가 좋다.
물론 예외도 있다. 확률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우리 몸에서 암세포를 잡아먹는 대표적인 면역세포가 '자연 살해(殺害)세포'(NK·Natural Killer Cell)다.
이게 많으면 암 치료가 잘 되고 암에도 잘 걸리지 않는다.
여러 사람을 대상으로 이 세포의 수치를 조사했더니, 항상 웃고 즐겁게 사는 사람에서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
교회 성가대 찬양대원들은 일반인보다 그 수치가 1000배 높게 나와, 나도 놀란 적이 있다. 기쁨 속에서 노래하고, 감사 기도하고, 인생을 밝게 사는 사람이 암에 대한 저항력이 높은 것이다.
이는 이제 의학계에서 정설이 됐다. 어느 종교를 믿건, '찬양대원의 NK 세포 천배' 의미를 되새기며 살아가길 바란다.

[2] 10년 넘게 사는 말기암 환자들

의사들 "기적같은 일" - 암 걸린 뒤 태평양 보이는 곳서 쉬다가 죽겠다던 후배의사, 10년째 매년 안부인사 보내 약물로 암정복, 
아직은 요원 - 폐암유발 유전자만 100개 넘어
암 발생·성장과정 너무 복잡… 사람마다 유전자 구조 달라 암환자 생존기간 확신 못해
카레 많이 먹어라 - 카레성분 큐커민 항암효과 여러 실험 통해 입증돼
암 환자를 보다 보면 의사인 우리도 이해하지 못하는 기이한 현상을 종종 경험하게 된다.

나의 의과대학 후배 이야기다.

재미(在美) 이비인후과 의사인 그는 어느 날 코에서 피가 나왔다. 코피는 흔한 일이고 자신의 전공 분야이기에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코를 둘러싼 얼굴 뼈에 생긴 암(癌)으로 밝혀졌다. 그의 나이 40대의 일이다.

처음 우리 병원에 와서 얼굴 뼈 상당 부분을 드러내는 수술을 받았다. 계속 재발해 15번 수술을 받았다. 방사선 치료도 이어졌다.
나중에는 암이 두개골 바닥과 안구(眼球)까지 퍼져 뇌 일부와 한쪽 눈도 절제했다. 그러니 상상을 해봐라. 암은 둘째치고 얼굴을 차마 쳐다보기 미안할 정도가 됐다. 암 치료는 이제 더 할 것이 없게 됐다.

"선배님, 내가 이제 죽게 됐는데, 하나님이 나 같은 사람 죽이면 큰 손해 아닌가요? 나 같은 사람이 하나님의 힘으로 살아나야 전도가 잘 될 텐데…."
그는 이렇게 농담 아닌 농담을 하며 태평양이 보이는 곳에서 쉬다 죽겠다고 캘리포니아로 집을 옮겼다. 다들 앞으로 6개월을 못 넘길 것이라고 봤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매년 그에게서 연락이 온다. 죽을 줄 알고 기다리는데 안 죽더라는 것이다. 그러길 10년째이다.

난소암으로 16년째 사는 60대 초반 재미교포 여성도 있다. 발병 당시 그녀는 아직 아이들이 어렸기에 "5년만 살게 해달라"고 했다. 수술도 하고 항암치료도 받았다.
다행히 5년을 버텼다. 하지만 암은 이제 횡격막까지 올라와 숨쉬기도 힘들고 통증도 심했다.
치료를 포기하고 약도 끊었지만 난소암 지표인 'CA125' 수치가 정상보다 수십 배 높은 800을 넘었었는데 점점 떨어지더니 정상으로 돌아왔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난소암을 앓았던 두 명의 재미교포 여성은 동일한 수술과 항암제를 썼는데도 모두 4년 안에 세상을 떠났다. 불가사의한 일이다.
암 환자들은 의사들에게 "몇 년을 살 수 있느냐"고 자꾸 묻지만 사실 의사들은 그것을 알기 어렵다. 사람마다 유전자 구조가 다르고 항암제에 대한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그렇다.

우리 병원 의사들은 이 두 사례를 '기적'이라고 말한다. 암이 없어진 것은 아니고 남아 있는데 더는 진전이 안 되는 상황이니 말이다.
학술지에는 암이 저절로 나은 사례가 아주 드물게 보고되곤 한다. 논리를 따지는 사람에게는 정말 이해 못 할 일이다.

그런데 내 경험상 이런 사람들에게 공통점이 있다. 죽음을 앞두고 마음을 완전히 비웠다는 점이다.
하다 하다가 정말 안 돼 어느 날 모든 걸 내려놓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통증도 사라졌다고 말한다. 과학적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암 연구를 하다 보면 암이 발생하고 성장하는 과정이 너무 복잡해 막막할 때가 잦다.
암은 기본적으로 세포 안의 핵(核)에 유전자 변이가 발생해 시작하는데, 그렇게 되려면 발암(發癌) 요소가 세포핵 안으로 들어가는 채널이 있어야 한다.
통상 세포막 표면의 수용체에 달라붙어 그 문을 통해 들어간다. 항암제도 암세포 치료효과를 내려면 수용체에 붙어 세포 안으로 들어가는 채널이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이 통로를 찾아내는 데 '연구 인생'을 건다.

그런데 이런 채널을 찾아내 "이제 이 암은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른 채널이 또 생긴다. 그 통로가 수십 가지가 나온다.
암처럼 복잡한 병이 없다. 사람은 동물보다 이런 과정이 훨씬 복잡해 동물실험에서 성공한 신약이 사람에게는 전혀 먹히지 않는 것도 있다.
폐암만 해도 발암 유전자가 100개나 넘게 발견됐다. 유전자 하나 차단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설사 모든 채널을 다 찾아내 약물로 차단한다면 아마도 사람 몸이 견디지 못하고 죽을 것이다.
병원에서 항암제를 3개 정도만 섞어 쓰는 것도 그런 이유다. 물론 어떤 암은 그 과정이 단순해 약물치료가 효과적으로 되는 것도 있다.
하지만 아직 약물로 암을 완전히 정복하기란 요원하다. 그래서 암을 연구하는 과학자 중에는 종교를 가진 사람이 많다. 알면 알수록 이것은 신의 영역인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역설적으로 암을 정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암을 예방하는 데 힘쓰고 조기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다. 그러면 암과 함께 자기 수명대로 살 수 있다. 그게 암을 정복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밝고 긍정적으로 생활하고, 스트레스 잘 관리하고, 정기적으로 운동하고, 적절한 체중 유지하면 암 발생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인도 음식 카레 성분인 큐커민의 항암효과는 여러 실험을 통해 입증된 것이니 자주 먹길 추천한다.
미국에서는 큐커민을 알약으로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
셀레브렉스라는 관절염 약은 우리 병원에서 암 예방 약물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대장암 발생 위험이 큰 사람 등에게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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