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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를 녹슬게 하는 활성산소(프리 라디칼)의 정체



두 얼굴을 가진 활성산소
감자 튀김이나 사과 껍질을 벗겨 방치해두면 금세 다갈색으로 변한다. 버터나 마요네즈도 마찬가지. 공기 중의 산소가 이들과 화학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우리 신체에서는 흡입된 산소는 섭취 음식물을 산화시켜 삶의 에너지인 ATP 건전지를 만들어낸다. 이 건전지 제조과정에서 부수되는 폐기물이 자유기(Free radical) 또는 활성산소(O2-)다. 소비하는 산소의 2%가 활성산소가 된다.
활성산소는 체내에 무단 침입한 외적을 퇴치하는 전사(戰士)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군인 그것도 숫자가 너무 많아지면 신체의 모든 세포에게 행패를 부리는 조직 폭력배로 변신한다. 이렇듯 활성산소는 선과 악의 두 얼굴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인간에게 필수적 존재인 산소가 질병과 노화를 유발하는 극단적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상처를 소독하는 과산화 수소의 살균작용이나 백혈구의 항균작용은 이 활성산소 덕분이다. 신체의 경찰 병력인 임파구도 활성산소라는 무기를 사용하여 신체의 반란군을 격퇴시킨다. 면역체계가 활성산소라는 치안 유지용 무기를 의도적으로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다 생산된 활성산소는 흉기로 둔갑하여 노화를 재촉하고 여러가지 질병을 일으킨다. 이런 활성산소를 양산하는 본거지는 대개 섭취하는 음식물이다. 음식의 취사선택이 노화와 질병을 예방하는 핵심이 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햇빛이나 방사선, 무리한 신체운동, 스트레스, 환경오염, 흡연 등도 산소 깡패를 양성하는 집단이다.

짝이 없어 난폭해진 조폭, 프리라디칼
모든 물질은 분자로 이루어지고 분자는 원자로 구성된다. 원자핵 주위에는 궤도를 따라 전자가 돌고 있다. 원자와 분자는 외곽의 전자가 쌍을 이루어야 안정된 생활을 한다. 그래야 외롭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전자쌍을 이루지 못한 원자나 분자는 매우 난폭한 성격을 가진다. 어디에선가 전자 한 개를 약탈해서라도 짝을 지워야만 온순해진다. 노략질을 위한 폭력은 당연한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 이웃을 협박하여 전자 한 개를 빼앗아 새로운 배우자로 삼는다. 강도 짓을 해서라도 짝을 이루어야만 안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억울하게 파트너를 빼앗긴 이웃이 방관만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심각성이 있다. 전자 짝을 빼앗겨 외톨이가 된 전자를 달래는 묘책이란 또 다른 희생자를 찾아 전자 한 개를 빼앗는 것이다. 전자 갈취를 위해 스스로 폭력단체의 일원이 되어 평화를 구가하는 또 다른 이웃집을 공격한다. 기어이 전자 짝 한 개를 탈취하여 쌍을 이루고 만다. 연쇄 폭력 사고가 이어지는 것이다. 신체는 무법천지가 된다. 
이처럼 외톨이 전자를 보유한 채 짝이 없어 몹시 불안정한 상태의 조직폭력배를 자유기(Free radical)라고 하며 수퍼옥사이드(O2), 과산화수소(H2O2), 하이드록시래디칼(OH), 일중항 산소가 대표적인 신체의 깡패들이다. 활성산소는 자유라디칼와 동의어이다.

활성산소의 행패는 자신의 불안한 성격 때문이다. 공격 대상은 제한이 없다. 지방, 단백질, 이나 DNA를 공격하여 전자 짝을 빼앗는다. 공격을 받은 지방이나 단백질, DNA는 이성을 잃어 또 다른 깡패가 되는 악순환이 지속된다. 신체의 세포는 매일 활성산소로부터 10만 번의 공격을 방어해야만 자신의 전자 짝을 지켜낼 수 있다.
공격에 의한 상처는 대부분 스스로 회복되지만 중상을 입으면 복구되지 않는다. 산소 깡패의 만행을 이겨내지 못한 세포는 녹이 슬어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 이 상태를 산화스트레스(Oxidative stress)라고 한다. 산화 스트레스를 받은 세포는 탄력을 상실한다. 동맥은 굳어지고 피부는 늙어 쭈글쭈글해지며 면역세포는 직무를 유기한다. 활성산소가 세포핵 안의 DNA를 손상시키면 자동 복구 시설이 작동하여 원상으로 회복시킨다. 그러나 미토콘드리아 DNA는 이와 같은 자동 복구 시설이 없다. 미토콘드리아 DNA는 신체의 건전지, ATP 생산을 담당하는 13개의 단백질을 조정한다. 따라서 미토콘드리아 DNA가 손상되면 에너지 생산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활성 산소의 만행들
거의 모든 질병은 공격적인 산소 깡패가 핵심적 역할을 한다. 깡패에게 시달린 세포는 ATP 건전지 생산율이 떨어지고 결국 신체를 노후시킨다. 노화라는 질병은 활성산소가 인체를 산화시키는 산화 스트레스의 결과인 셈이다.
활성산소에게 당한 지방은 과산화지질이라는 불량배로 변모한다. 이 불량배 지질은 이웃한 불포화 지방산으로부터 전자를 약탈하고 자신의 배우자를 빼앗긴 불포화 지방산은 새로 폭력단체에 가입한다. 세포막은 인지질이라는 기름막이다. 산소 깡패가 세포막을 유린하면 노화, 암, 난치성 만성 질환을 일으킨다. 콜레스테롤은 혼자 힘으로는 동맥을 경화시킬 배짱이 없다. 그러나 과산화지질이라는 폭력배를 등에 업으면 만용을 부려 동맥벽 세포를 파괴시키고 동맥경화를 초래한다. 과산화지질의 폭행은 관절염, 통풍, 류머티즘, 골다공증 등 연령 관련 질환의 빌미가 된다. 뿐만 아니라 활성산소가 신경세포를 공격하면 감각이 둔화되고 눈 세포를 못살게 굴어 녹내장, 백내장을 야기한다.
특히 활성산소가 불포화 지방산을 건드리면 심각한 재난이 일어난다. 왜냐하면 전자 한 개를 빼앗긴 지방은 세포막의 재료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세포막 형성에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세포와 세포 사이의 신호를 소통시키는 에이코사노이드(Eicosanoid)라는 호르몬 생산난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에이코사노이드 생산이 원활하지 못하면 세포막이 파괴되어 세포사를 초래한다.
단백질 분자가 배우자 전자를 잃게되면 단백질 깡패가 되어 포도당과 반응한다. 이들이 함께 연소되면 녹은 카라멜(caramel)처럼 끈적거리는 최종 당화산물(AGEs : Advanced Glycosylated Endproducts)이 된다. 이 물질이 세포막이나 혈관에 달라붙으면 피부세포에 노인 반점을 만들고 쭈글쭈글해지는 것이다.
 

깡패 잡는 특공대
다행이 우리 몸에는 SOD(Superoxide Dismutase)라는 경찰 특공대가 있어 산소 깡패의 만행을 차단한다. SOD는 산소 깡패를 99.99% 제거하여 신체가 녹스는 것을 방지하고 녹을 닦아낸다. 우리 신체에는 SOD외에도 카타라제(Catalase), 메티오닌리덕타제, 글루타티온퍼옥시다제 등의 특공대가 있다. 그러나 이들 중 가장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SOD 대원이다. 세포에서 양성된 SOD 대원은 깡패들이 세포에게 행패를 부리기 전에 이들을 붙잡아 생화학적으로 처치하는 강력한 투사이다. SOD 대원의 활약이 뛰어날수록 장수할 수 있다.
그러나 태어날 때부터 생산 능력이 결정된 SOD는 40세를 경과하면서 점차 약화된다. 이 때문에 성인병이 증가하고 노화하는 것이다. SOD 대원의 숫자나 활성은 인위적으로 증가되지 않는다. 따라서 외부 지원군을 투입하여 신체의 치안을 도모하는데, 비타민 C, 비타민 E, 카로틴(Carotene), 셀레늄 등의 무기질이 외부 지원군이다. 이들이 신체 내에 투입되면 활성산소의 성격을 길들인다. 일종의 녹 방지제랄 수 있는 항산화제인 것이다. 천방지축 날뛰며 노략질을 일삼는 유리기에게 스스로 자신의 배우자 전자 하나를 상납하여 유리기를 다독인다. 자신도 결국 유리기가 되지만 다른 유리기와는 달리 못된 짓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항산화제는 질병 발생을 억제하고 호르몬 균형을 유지하여 노화 과정을 지체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자연 불로초라고 말한다. 과일, 야채, 사과, 토마토, 살구 등의 음식물이나 영양보조제를 통한 항산화제의 공급은 항노화 의학의 중요한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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